보이는 것은 언제나 명확하지만,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복합적입니다. 사진가 김한준은 전시 《veil: what remains unseen》을 통해, 드러난 것 너머에 존재하는 감각과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려지고 감춰진 형태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감각,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의 작업 세계와 촬영 철학을 직접 들어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가 김한준입니다. 오랫동안 사진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으며, 커머셜과 파인아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 《veil》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가려진 것과 감춰진 것,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작업에서 ‘가려진 형태’를 중요하게 다루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보이는 것을 통해 대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가려졌을 때 더 강하게 인식되는 순간들이 있다고 느낍니다. 형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완전히 드러나지 않을 때 감각이 더 예민해지고, 그 빈틈을 상상이 채우게 된다고 믿거든요.
Q. M EV1으로 작업하시면서 느낀 특징이나 매력은 무엇인가요?
기존 M 시스템은 레인지파인더 특성상 이중상 합치식 초점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점이 아주 기민하기보다는 약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라이카 특유의 감성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직업 사진가에게는 한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EVF가 장착된 M EV1에서는 포커스 피킹이 매우 정확해, 실제 사용에서 부족함이나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레인지파인더 M 카메라는 ‘보이는 것’과 ‘찍히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는 반면, M EV1 카메라는 그 간극을 크게 줄여줍니다. 내가 보는 장면과 촬영 결과가 100% 일치한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처럼 극단적인 클로즈업이나 망원 계열 렌즈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크게 체감되었고, M EV1으로 촬영하면서 상당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허그(Hug)’라는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컵 두 개가 포개진 정물 사진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안고 있는 장면처럼 느껴지는 이미지입니다.
Q. 작가님의 첫 라이카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사용하게 되셨나요?
사진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직업이 되면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우연히 라이카 매장에서 한 카메라를 보고 눈길을 사로잡혀 구매하게 되었어요. 샴페인 골드 티타늄 바디에 브라운 가죽으로 감싸진 아름다운 M6였습니다. 사진에 지쳐 있던 시기에, 그 카메라는 제게 사진에 대한 애정을 다시 일깨워주는 좋은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후 M7, M8, M9, M10까지 다양한 기종을 사용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시길 바라시나요?
이번 전시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 스틸라이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과나 참외, 사탕이나 시든 꽃 같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등장합니다. 다만 이것들을 단순한 정물로 보기보다는, 덮이고 가려진 형태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한 번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각자 다른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이미지를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각자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보이는 것 너머에서 무엇을 느끼게 되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관람자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김한준 작가의 기존 작업
사진가 김한준
김한준은 커머셜과 파인아트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사진가로, 피사체와 빛,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상업적 이미지의 명확함과 예술적 사유 사이를 오가며, 보이는 것 너머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로 확장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