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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진호의 증언과 라이카 M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진호는 전쟁과 폭력 속에서 쉽게 잊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합니다. 그의 장기 프로젝트 'Unheard Voices'는 미얀마 내전으로 삶이 바뀐 사람들의 기억과 침묵을 담아낸 작업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자에서 사진가로 길을 바꾼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사진으로 이어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기록을 넘어 기억을 남기고자 하는 그의 작업과, 라이카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Q1. 신경과학을 연구하시던 시기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두 영역은 작가님의 작업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있나요?

과학과 사진은 제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식이었습니다.

신경과학을 연구하며 하나의 현상은 표면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의 얼굴과 시선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기억과 상처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설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고 머무르려 합니다.

사진가로의 전환은 연구실 밖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이어집니다.

Q2. 미얀마 내전 피해자들을 기록한 'Unheard Voices'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Unheard Voices'는 미얀마 내전 속에서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계기는 학창 시절 캄보디아 선교에서 만난 아이였습니다.

'내가 이곳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은 오래도록 제 안에 남았고, 이후 NGO '타이니씨드'를 설립해 미얀마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쿠데타 이후 그들의 고통은 점차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이 작업은 그들을 대신해 말하기보다, "우리의 존재를 기억해 달라"는 부탁에 응답하는 과정입니다.

Q3. 사진으로 침묵을 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침묵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흔적입니다. 저는 그 침묵을 대신 설명하기보다,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 사진이 그 기억을 오래 붙들어 주는 매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Q4.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과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게는 언제나 사진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2015년부터 미얀마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왔고, 그 신뢰 위에서만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상대가 원할 때만 기록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묻지 않습니다.

촬영 이후에도 그들을 다시 찾아가 안부를 묻습니다. 윤리는 촬영 순간이 아니라 관계 전체를 책임지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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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모든 것을 잃고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땅은 그들에게 기억과 정체성이 남아 있는 마지막 장소였습니다. 그들의 머무름은 체념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의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삶과 기억을 지켜내는 사람들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Q6. 사진가는 어떤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진가는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기술보다 오랜 시간 쌓인 신뢰가 만들어낸 기록입니다. 증언은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맡겨주었는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Q7. 라이카를 사용하는 이유와 주로 사용하는 장비를 소개해 주세요.

제 작업에서 카메라는 작고 조용해야 합니다. 대부분 긴 시간을 대화하며 기다리고, 촬영은 짧게 끝냅니다.

라이카 M은 사람과의 거리감을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주로 M 시스템과 50mm 녹티룩스, 28mm 주미룩스 렌즈를 사용하며, 우기에는 Q3도 함께 활용합니다. 라이카는 더 많이 찍게 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덜 침범하며 가장 필요한 순간을 담게 하는 카메라입니다.

 

"라이카는 제게 사진을 빼앗는 도구가 아니라, 조용히 받아내는 도구입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지키고, 더 많이 찍기보다 필요한 순간까지 기다리게 합니다."

 

Q8. 현재 작업과 앞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현재 'Unheard Voices'를 비롯해 인도의 불가촉천민 공동체를 기록한 'Unbroken Roots', 카마티푸라 여성들의 삶을 담은 'Unseen Chains'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기고 싶은 것은 사건보다 사람의 존재입니다. 사진이 누군가의 고통을 오래 기억하게 하고, 그 기억이 또 다른 응답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About Photographer

 신진호는 생체신경과학 연구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전환해 인간의 존재와 기억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전쟁, 빈곤, 차별 등 사회적 불의의 현장을 기록하며, 카메라를 통해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으며, 현재 미얀마 ‘Unheard Voices’, 인도 ‘Unbroken Roots’, ‘Unseen Chains’ 등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국제 사진상과 전시를 통해 소개되며, 사진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기억을 기록하는 매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사진 보기: @zin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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